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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서 살면 참으로 많은 것이 좋지만 드물게 아쉬운 것들이 존재 한다.

한국 음식, 한국 사람, 한국의 놀거리들…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나는 비교적 힘들어 하지 않는 축에 속했다. 한국 요리는 직접 해 먹으면 되고, 내가 있는 이곳은 적당히 한국 사람도 있고, 한국 있을 적에도 인스타 감성의 장소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에 더욱 괜찮았던 걸지도.

하지만 이토록 무던하게 잘 적응해왔던 나에게도 시련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 영화를 찾아 보는 것이었다. 그냥 단순이 예전 영화를 찾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넷플릭스나 다른 OTT들이 잘 되어있고, 여차하면 유튜브 등에서 빌려보는 방법도 있었으니. 물론 네이버에서 영화 대여했다가 “해당 국가에서 시청 불가”라는 메시지에 실망했던 것은 안비밀.

특히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가 시리즈로 다시 개봉했을 때 그 간절함은 더했다. 당장 작년에 “범죄도시2”가 개봉했을 때 얼마나 다방면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는 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한번 좀 보자…! 눈물겨운 노력들

돌이켜 내가 사용했던 방법들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 넷플릭스 등 OTT 찾아보기
  • 유튜브에 혹시 올라와있는지 확인하기
  • 혹시나 이곳 영화관에 개봉하는지 확인하기
  • 구글링으로 검색되는 중국(?)스러운 사이트들 찾아보기
  • 기타 해외 거주 한국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사이드들… (이름을 언급하기는 좀 그렇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 해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쉬이 찾기는 어려웠고, 시간이 해결해주었던 경우가 많다. 시간이 경과하고 영화가 상영관에서 내려오면 OTT 등의 서비스로 풀리거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더러는 영화사가 게으른 건지, 아니면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는지 한참 지난 후에도 좀처럼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그냥 “한번 쯤 보고싶다” 하는 영화라면 이렇게 기다리거나 포기할 수 있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대하던 영화의 경우엔 참기가 영 힘들었다.


영화 구했다 모두 모여라~!

구하기 힘들었던 만큼 일단 영화를 구했다 하면 모두가 환호한다. “어디서 모일까?” “스크린 있는 집 있어?”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모두가 함께 모이는 날이면 그 나름대로 파티다. 생일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케이크도 사고, 새로 생긴 빵집이 있으면 빵도 조금 사오고. 그 날은 모처럼 다같이 모이는 날이 되곤한다. 나는 나의 첫 애장품 한국에서 가져온 빔프로젝터가 있어서 그걸 가지고 벽에 쏴서 크게 보곤 했다. 이건 사실 복치와 둘이 있을 때도 자주 본다.

응답하라 1988에서 다같이 모여 텔레비전 보는 모습. 우리의 모습도 아마 이러했을까.

최근에는 ‘범죄도시2’를 보려고 다같이 모였던 것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그날엔 트라이에슬론(철인3종)을 끝내고 온 DK도 와서 몸져 누웠고, 평소 얼굴보기 힘든이들도 다 같이 왔었고, 마침 복치의 생일 근처였기에 케이크도 불었다. 참 소소하지만 집에서 혼자 보는 것보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보는게 영화관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좋은 것 같다. 물론 사운드는 조금 아쉽지만(?)


앞으로도 투쟁은 계속된다

한동안 볼만한 영화가 없어 그냥 그렇게 별 불만없이 지냈던 것 같은데, 새롭게 ‘범죄도시3’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벌써 지난번 ‘범죄도시2’ 회동 때 모였던 이들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에도 볼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워낙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솔직히 잘 구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누군가는 구할 수 있겠지. 그럼 또 저번처럼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보겠지.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만큼 한국 영화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만큼 최소한 영화관에서 직접 상영하지는 못하더라도 OTT등 다른 수단을 통해 좀 더 일찍 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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