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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교적 먹는걸 가리지 않는 편이다. 덕분에 남들 한국음식 먹기 어렵다고 힘들어하는 타향생활이 나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나고 자란 것이 한국인지라 한 번씩 얼큰한 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한국였다면 당장 주변의 국밥집을 검색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중 같은 주(콜로라도) 내에 미주 한국인들의 희망 무봉리 순대국집이 최근에 생겼다. 생긴다는 소식이 나오고서부터 문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콜로라도 주 단톡방에서 간절히 염원했는지 모른다.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리고도 나는 비교적 한참 뒤에 우연한 기회로 들리게 되었는데, 꽤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순대국밥도 준수했지만 사실 그날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다름아닌 깍두기였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깍두기 먹으라면 투정하던게 나인데, 국밥과의 궁합때문인지 타향에서 오랜만에 먹은 탓인지 무척이나 맛이 있어 심지어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그 후 한달 즈음 되었을 때, 결국 마음을 먹었다.

 

까짓거 만들어 먹을까?

 

마침 장을 보려던 참이라 장 볼 목록에 후다닥 무를 추가했고, 유튜브를 보며 레시피들을 찾았다.

 

 

 

일단 무를 썰긴 했는데…

 

깍둑썰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무를 썰었다. 너무 크게 썰은 것 같다는 복치의 조언에 한번 더 솎아내며 썰었더니 제법 먹어봤던 모습이 나왔다. (복치 말대로 한번 더 썰지 않았더라면 부담스러운 크기의 깍두기가 되었을 듯)

 

 

소금과 물을 살짝 넣고 기다리는 동안 깍두기 국물을 만들었다. 재료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떠올려보자면

 

  • 설탕
  • 멸치액젓
  • 고춧가루
  • 요구르트

지금 기억나는 건 이정도지만 반드시 아마 100% 확률로 재료가 더 있을 것이다.

 

내가 봤던 영상에선 요구르트가 국밥집 깍두기 맛의 핵심비결이라기에 코스트코에서 대량 묶음을 사서 썼다.

 

남은 요구르트 수십 개는 복치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야금야금 먹고있다. (아마 요구르트 먹으려고 내가 깍두기 만드는 걸 반대하지 않지 않았을까)

 

 

고추가루를 생각보다 많이 넣어서 생각보다 매운 깍두기가 되었다. 꽤 괜찮은 맛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국밥집 깍두기는 따라가기 어렵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다음에 또 만들면 좀 더 그 “맛”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다 만든 깍두기는 4개로 나누어 담아 그 중 두개는 이웃집들로 갔다. 다행히 다들 맛있다 해줘서 (예의상일 수도) 뿌듯하게 복치에게 자랑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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